불룩 나온 뱃살은 성인병 공장…"조금 먹고, 적게 마시고, 많이 걸어라"
중년남성들의 허리띠 위로 불룩 나온 배는 과거 "부의 상징" 또는 "정력의 근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골칫덩이 이다. 허리둘레가 엉덩이둘레와 비슷해져 드럼통같이 된 사람은 외견상으로도 왠지 둔해 보이고, 실제로도 정상체중인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발병률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비만을 "건강을 해칠 정도로 체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질환"으로 정의하면서 비만치료가 성인병 예방의 지름길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비만도를 가장 쉽게 측정하는 방법은 표준체중에 대한 현재 체중의 백분율을 구하는 것.
표준체중은 [키(cm)-100]x0.9를 하면 얻을 수 있으며 현재체중이 표준체중의 120% 이상이면 비만증으로 진단한다.
한국인 중년층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체중이 많이 나가는 단순 비만보다 상복부비만증이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 80cm(32인치) 이상, 남자의 경우 94cm(37인치) 이상이 되면 비만과 연관된 성인병 위험도가 급격하게 증가한다고 한다. 실제로 체중은 비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상복부비만증"일 경우 뱃살을 줄이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한국인 중년 성인들은 단순비만도(체중)가 서양인보다 덜하지만 상복부비만증은 서양인 못지않게 심하며 당뇨병 고지혈증(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이 복부 비만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상복부비만증은 주로 중년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 나타난다.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축적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내장지방형 비만"이라고 한다. 반면 젊은 여성(폐경 전 여성)에서 나타나는 비만증은 주로 피하지방이 축적되는 형태. 이런 경우는 성인병의 위험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내장지방세포와 피하지방세포는 성상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장지방세포는 쉽게 축적되고 분해 돼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지방산에 의해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여러 대사성 성인병의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 반면 페경 전 젊은 여성에서 주로 나타나는 비만은 주로 아랫배 엉덩이 넓적다리의 피하조직에 지방이 축적되는데, 이 부위의 지방은 임신과 수유에 필요한 에너지 보급소 역할을 한다. 여성형 비만은 남성형 비만에 비해 성인병 발병률은 낮다.
중년남성과 폐경 후 여성에서 주로 뱃살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남성호르몬의 작용과 성장호르몬의 결핍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은 쓰고 남은 에너지를 주로 뱃속의 지방조직에 선택적으로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여성이 폐경이 되면 여성호르몬이 감소하고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늘어나 비만의 형태도 남성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또 뱃속 지방을 녹이는 작용을 하는 성장호르몬은 나이가 들수록 청년기 분비량의 50~30%정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쉽게 배가 나오고 근육량은 줄게 된다.
호르몬보다 더 중요한 비만원인은 과음 과식 운동부족이다. 우리나라 남자 직장인들의 하루 섭취열량은 2500~3000kcal 정도. 권장량인 1800~2000kcal을 훨씬 초과한다. 매일 필요한 열량보다 2% 정도만 초과해서 먹어도 1년 동안 2.3kg의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일 섭취하는 과다한 열량이 결국 나이가 들어 비만을 유발하는 원인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과다열량의 주범은 술이다. 소주 한잔이 85kcal(맥주는 한잔이 60kcal, 위스키 110kcal, 고량주 140kcal)이므로 소주 1병(소주 6잔)을 마시면 밥 2공기를 먹은 열량과 같다. 알코올도수가 높을수록 열량도 높다. 여기에다 안주로 갈비 삼겹살 파전 땅콩 등을 곁들여 먹으면, 저녁식사 권장량인 600kcal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
나쁜 식습관도 비만과 직결된다. "밤참 증후군"(night snack syndrome)이 그것. 대부분의 직장인이 아침식사를 거르고 저녁식사로 50% 이상의 열량을 섭취하는데, 밤에는 효소나 호르몬 분비가 줄어 쉽게 체지방조직으로 저장이 되지만, 아침에는 지방 분해가 하루 중 가장 잘되고, 아침 운동 후 식사를 하면 대사율이 1.5배 정도 증가, 저장되는 열량이 적어진다. 저녁 과식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후 4, 5시경 저지방우유, 과일 등을 가볍게 먹어 시장기를 달래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많이 먹었어도 운동으로 먹은 만큼의 열량을 다 써버리면 비만은 오지 않는다. 그러나 바쁜 현대생활에서 매일 하루 500kcal 이상을 소모하는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지방을 태우는 운동은 유산소 운동이 가장 좋다. 윗몸 일으키기나 아령, 웨이트 리프트(Weight lift) 등 한순간에 힘을 집중해서 하는 운동보다는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훨씬 효과적이다. 출퇴근할 때 30분 정도씩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면 하루 300kcal에 해당하는 운동효과가 있다. 또한 직장에서도 되도록 계단을 이용하여 걷는다면 더 많은 열량소모를 기대할 수 있다. 하루 100kcal 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하면, 1년에 5kg 체중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한다는 "포도 다이어트" "사과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등은 영양소 결핍을 가져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다이어트 결과 체중은 조금 줄일 수 있지만 대부분 수분과 근육이 줄어든 것이지 체지방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바람직한 식사요법이 되기 위해서는 식사의 양 뿐 아니라 식사의 질이 매우 중요한데, 반드시 영양소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총 열량을 줄이더라도 단백질 및 비타민 결핍을 막기 위해 5대 식품군을 골고루 함유한 균형식을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단식을 하거나 너무 적은 식사(800kcal 미만)를 하면, 에너지원으로 근육의 분해가 일어나 근육량이 감소하고 뼈가 약해지며 월경불순 성욕감퇴 피부건조 모발손실 두통 집중력부족 등의 부작용이 생길 뿐 아니라 급사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은 표준체중 kg당 25kcal의 열량이 되도록 세끼에 나누어 골고루 섭취하는 것. 반창고 다이어트, 향기 다이어트 등 마술적인 치료방법들로는 지방세포는 절대 녹지 않는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체중을 10% 정도만 줄여도 열량 소모율이 18~25%나 감소하기 때문에 한번 비만했던 사람이 체중을 줄인 뒤 줄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상체중인보다 15% 정도 적게 먹어야 한다. 일단 체중을 줄였다고 방심하고서 다시 먹게 되면 전보다 더 쉽게 살이 찌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모든 식품에 열량(칼로리)과 지방함량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어 하루에 몇 칼로리를 먹었는지 쉽게 계산할 수 있고. 또 저열량 식품-저지방 우유나 저열량 콜라 및 음료수, 저열량 과자 등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비만치료에 대한 허위광고나 잘못된 지식이 아무런 심사나 규제 없이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 결과 치료가 필요한 중년의 배불뚝이 비만인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비만 불감증"에 빠져 있고, 젊은 여성들의 경우 비만하지 않은데 비만하다고 생각해 잘못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치고 있는 "비만 공포증"을 앓는다.
평생 동안 실천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시행해도 부작용이 없는 올바른 식생활, 적절한 운동을 습관화하는 것이야말로 비만과의 전쟁에서 영원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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